그런데 한편으로, 지방도시쪽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버스가 너무 줄어서 이용이 힘들다, 또 소규모 지방 터미널들이 경영난을 못이겨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지방에 주재하는 지인의 이야기로는 시간당 한 대 정도는 다니던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들이 근래 들어서는 극단적으로 하루 6번 정도까지 줄어들 정도고, 아예 자잘한 노선은 없어지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즉, 코로나 이후 여객 활황이라는 이야기의 한편으로, 지방도시에서는 여객이 없어지고 있는 그런 모양새가 같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 말은 활황이 아니라 수요가 재편되고 있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단 이야기가 될겁니다.
이건 지방 소읍 단위의 공동화가 정말 살벌할 정도로 진행되고 있단 이야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다 설명이 된다고 하긴 좀 애매한데, 여기엔 전원주택 등의 형태로 교외 내지 전원지역에 내려가 거주하는 사람들이 부동산 시황의 악화로 다시 도시지역으로 회귀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있을겁니다. 파이어나 욜로 같은 호황기의 생활패턴이 그걸 지탱하던 근로 내지 수익원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지방 생활을 포기하고 도시로 회귀하기 때문일수도 있을거고, 합가 등의 형태로 지방의 주거를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일수도 있을거고 할겁니다마는… 이것이 다시 지방의 정주인구를 줄여서 생활을 지탱하는 유통이나 의료, 교육같은 기반서비스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상황이 오고 있는걸로 보이고, 그게 다시 거주여건을 악화시키는 그런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 이미 일본에서 보이던 패턴인데, 이젠 우리도 그걸 피해가긴 어렵게 되었다 할겁니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인건비의 상승과 물가압력이 버스를 더 지탱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요인으로 동작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실 버스 운송은 철도 이상의 노동집약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고, 노동 생산성을 철도처럼 확장시키기가 꽤 어려운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라 인건비가 오를수록 목이 졸리는 그런 특성을 가지기 떄문입니다. 철도는 2층화를 하건, 장대화를 하건 자본투자만 일정부분 따라가면 기관사 1인당의 생산성은 올라갈 수 있고, 뭐 이래저래 제도와 기술을 개선해서 역이나 열차, 유지보수 부문의 생산성도 올릴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버스는 차량의 대형화나 장대화 자체가 한계가 명확하고 따라서 버스 1대당의 정원을 끌어올리는건 굉장히 어려운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제도나 기술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생산성 역시 한계가 명확한 구조고 말입니다. 이런 판도 하에서, 인원 충당이 어려워지고 인건비 압력이 거세지면서 사업성이 유지될 수 있는 노선은 이전보다 축소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다수의 노선이 포기되거나 운영이 축소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할겁니다.
여기에다가 철도가 공사화 이래 누적된 시설투자를 바탕으로 운행속도가 괄목할만큼 빨라지고, 이런 고속 고빈도 운행이 여러 노선에 파급되고 있어서 자가용으로 거점역까지 집속해서 장거리 이동을 가져가는게 버스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그런 이유도 꽤 영향이 있을겁니다. 이건 특히 KTX가 운행하는 주요 간선축에서 강하게 발생할거고, 그 결과 열차 수요는 폭발하는데 버스 수요는 크게 변동이 없다 못해 오히려 줄어드는 그런 흐름으로 새고 있을겁니다. 어쩌면 이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될거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이야기 해야할건데, 이게 단순히 철도망을 늘리는 걸로 대응하는 건 한계가 있다 할겁니다. 아무리 근래 버스의 사업성이 한계에 달했다고 하지만, 그 수요를 철도로 받아서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냐 하면 거의 어렵다 봐야할겁니다. 버스보다 수익이 나오는 문턱이 한참 위에 있는게 결국 철도인지라. 버스 노선을 대체해서 철도를 확충하겠다는 건 결국 철도의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아무리 상하분리를 외치고, 경쟁체제™와 민간투자 활성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익이 없는 곳에서는 민간은 남아나지를 못하고, 공공 역시 적자부담의 압박에 적극적 자세를 가져갈 수는 없는거니 말입니다. 애초에 이미 작년도 가결산 결과가 예상외의 적자확대였던 걸 감안하면, 지금처럼 운임동결은 지속이 어려울만큼 압력에 노출된 상황이기도 하고.
결국 좀 역설적이지만 운임인상이 어느정도는 수반되어야 한다 할겁니다. 즉, 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버스들이 수익성 문제의 압박을 피해갈 수 없는 구조인지라, 철도가 운임을 어느정도 올려쳐야만 버스들 역시 운임을 올려서 운신의 폭이 생겨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물가압력이 폭발하는 요즘에 있어서 이게 유발할 인플레이션이 당국자의 머리를 아프게 할겁니다마는, 이젠 더 뭉개고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게 되고 있달까 그렇습니다. 버스 사업이 더 줄어들어 아예 기반 자체가 무너지면 운임으로는 해결이 안되서 공공이 직접 재원투하를 해야하는 그런 상황이 올 수 밖에 없을거라.
뭐 이미 시야권에 들어오는 중이기는 하지만, 서해선, 중부내륙선, 중앙선, 동해선 등 기존 KTX과 어느정도 병행하는 추가노선의 개업은 이런 수요 압박과 버스 철수로 인한 공백을 어느정도 메꿔주기는 할 거라 보입니다. 남북축선을 기준으로 KTX 노선이 추가되는 건 개인적으로 정유재란 후기 조선의 대전략이 떠올라서 개인적으로 “사로병진”이라고 부르는데, 이쪽이 좀 더 제기능을 갖춰나가기 시작하면 확실히 상황은 개선되기는 할거라 생각됩니다. 이를 위한 용량 증강이나 수도권 측 정차역 정비 개량이 좀 더 적극성을 가져야 할겁니다. 중부내륙선 판교 연장이 그 전형이라 할건데, 그냥 운영의 편의 내지 매몰비용 발생 억제를 이유로 시내 진입을 붙잡아 두다가 바꾸니 수요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다른 노선들이 시내 진입 문재같은게 따라다니고 있는데, 이걸 단순히 밀어넣기로 대충 때우지 않고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투자를 미리미리 땅겨놓는다면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계속 끌고갈 수 있을거라 할겁니다.
장기적으로는 간선철도의 단구간 이용을 광역철도를 신설하거나 구간셔틀화로 전환해 유도해가는, 서비스 재분배를 어느정도 해야할거라 봅니다. 이건 또한 지방도시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수도권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여타 정책 흐름이 받쳐줘야 가능하기는 할겁니다만서도. 그나마 슬슬 대구권은 광역철도 개업이 임박해 오고 있고, 충청권은 요즘 CTX 타령으로 좀 말이 새고 있지만 기존 호남선의 광역전철화는 착공을 하긴 할거라, 많이 뒷북이긴 해도 이 방향을 잘 따라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다른 지역은 너무 방치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은 듭니다. 뭐 정부가 돈이 없다고 나자빠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걸 더 가속하기가 쉽진 않겠습니다만서도.